임경선
Written on January 27, 2024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대신 돈을 덜 받을래, 아니면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하는 대신 돈을 많이 받을래?"라는 식의 질문에 지체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 대답에 뚜렷한 근거와 자기 확신을 담아내는 그런 사람. 그들의 선택이 때로는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런 확신에 찬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펼치면서 나는 저자 역시 그런 사람일 것이라 기대했다. 그의 경험과 가치관을 통해 삶의 태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고 싶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갈수록 왠지 모를 불편함이 차올랐다.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그래도 이 회사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품지 못한다면 나의 적성과 재능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길을 떠나가야 한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에 관한 주제에서 저자의 목소리는 유독 허무주의적으로 들린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즐거운 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고,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 역시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그들에게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며,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비록 흔치 않을지 모르나, 이처럼 일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랑하는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을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즐거운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정 짓는 저자의 관점은 너무나 편협하게 느껴진다.
책은 주로 대립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 기업 대 개인, 간병인 대 보호자, 남편 대 아내. 저자는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선택들은 대부분 본인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어떠했을까? 그들의 고민과 아픔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 권의 책이 모든 관점을 다룰 수는 없다. 하지만 태도를 논하는 책에서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위로받고 싶어 하는 걸까? 혹은 복잡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까?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남기며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