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감정은 이성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해서, 말이나 글로 온전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톨스토이나 제인 오스틴 같은 작가들이 당대를 넘어 역대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또 그것을 글로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단연 최고의 반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유로움과 충동, 섹스와 살인,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은, 역설적으로 결정론적인 흐름을 지닌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와 맞물리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그 충격과 메시지가 너무도 선명해서, 나는 『백년의 고독』을 두 번 내리 읽었다.

아래에, 소설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 몇 가지를 옮겨본다.

내가 걱정하는 건 말이야, 자네가 군인들을 너무나도 미워하고 그들과 너무나 전투를 많이 하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이 했기 때문에 결국 자네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것일세. 그토록 비참한 경우를 겪으면서까지 추구할 만큼 고독한 이상은 이 세상에 없는 법이네.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녀의 본능은 가히 놀랄 만한 것이어서 그녀가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유행을 멀리하면 할수록, 즉흥적인 말에 따라 구습을 극복하면 할수록 그녀의 경이적인 아름다움은 더욱더 뇌쇄적이 되었으며, 남자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더욱더 자극적이 되었다.

미녀 레메디오스가 마음을 미혹시키는 채취와 격정을 유발하는 섬광을 발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지인들이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 냄새는 그녀가 지나간 지 몇 시간이 지나간 뒤에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니며 얻은 경험을 통해 사랑으로 인한 정신적 동요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된 남자들까지도 미녀 레메디오스가 풍기는 채취가 유발하는 초조함과 유사한 감정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말하곤 했다.

곧이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단편적인 사건들이 머리를 스쳐갔지만 그 불가피한 추억으로 인해 감정의 상처를 전혀 받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냉정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했기 때문에 그 사건들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는 않은 채 회상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