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른 새벽, K는 사색에 잠겼다. 이틀 전, 갑자기 그는 백작으로부터의 편지를 받게 된 것이었다.
성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부름에 응한다면 그는 지금까지 일궈온 신용과 재산, 그리고 처자식마저 남겨두고 떠나야 할 것이었다.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백작은 아주 많은 보수를 약속했으며, 그가 관리하는 영지는 K가 살던 도시보다 훨씬 크고 덜 개발되었으므로, 토지 측량사로서 그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기에는 그쪽이 훨씬 나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순수한 이성이 그의 생각에 확신을 주기 이전부터 마음 속 깊이 그는 이미 성에 가리라 확신했다. 이유는 확실치 않았다. 돈? 명예? K에게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는 삶 그자체가 그에게 만족을 줄 수 없음을 확신했다. 언젠가부터 그는 삶에 정열을 느껴야 할 이유를 잃어버렸다. 토지 측량사로서의 … 느낀 적은 이미 오래되었으며, 아내와의 결혼 생활조차 그에겐 지겹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였다.
하지만, 성으로부터의 편지를 받았을 때부터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며칠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매일 새벽을 지새우며, 성으로 출발할 날만을 고대하며 계획했다. 아내와 친구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며, 어딘지도 모를 성에 가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며, 거기서는 직업도, 친구도, 가족도 없이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결코 적응하지 못하고 며칠 내에 돌아오고 말것이라며, 괜한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편지 같은 것은 잃어버리라 충고했다.
K는 그들에게, 그가 성으로 가는 것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으며, 그가 지금 백작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지금까지 남겨둔 재산이며 신용이며 충분히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더라도 쌓을 수 있는 것이기에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답했다. 유일하게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아내인데,
성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일구워왔던 - 얼마 되지 않는 - 재산과 처자식을 남겨 두고,
전해받고 다소 당황했지만, 곧이어 평정심을 되찾았는데, 비로소 그가
K는 이틀 전부터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백작으로부터의 편지를 받게 된 이후부터였다.
K는 사색에 잠겼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성으로부터의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5년에서 6년의 기간동안 토지 측량사의 조수로서 일하고 있던 그는 유능하진 않지만 이제는 입에 풀칠할 정도로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날동안 한번도 평생을 토지 측량사로서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그의 조수로서 그의 정력을 소진해버릴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성으로부터의 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선, 성은 그를 토지 측량사라고 착각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는 어깨 너머로 토지 측량사의 일을 틈틈히 지켜보고는 있었으나, 태생부터 반골인 기질 탓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효율적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이렇게 해서는 안되었다라고 생각하며, 거의 대부분의 일들을 그의 잣대로 해석해버렸으며 동시에 실제로 토지 측량사의 경험은 없었으므로 사실 상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없는 초짜라고 봐도 무방했던 것이다.
또한, K는 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몇몇 지인들에게 편지의 내용은 비밀로 부친 채 성에 대해 넌지시 화두를 꺼내보았지만, 그들은 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K를 향해 어디서 그런 우스갯소리를 들어왔냐며 나무랐다.
따라서,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보자면 K가 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이유는 없었으나, 단지 K는 직감적으로 이 편지를 따르는 편이 본인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미 이러한 문제는 고민할 가치조차 없이 그의 무의식 속에서 하나하나 반박되어 있었고, 단지 그가 지금 사색에 빠진 것은 그의 주인에게 어떻게 모욕적이면서 뒤탈 없는 마무리를 선사할 지, 그리고 그가 성에 도착하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하고 조수는 어떻게 고용할 지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시작하고 있던 것이었다.
스포주의: 본 견해는 어떠한 해설이나 평론을 읽지 않고 쓰여졌으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음.
카프카를 읽는 것은 가장 마주하기 싫은 일과 마주하게 되는 것과 같다. 『변신』에서는 가족, 『선고』에서는 아버지, 『유형지에서』는 신념. 그리고 『성』.
카프카의 작품들은 신비하게도 점점 카프카라는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으며, 매일 밤 어떤 생각을 하고, 왜 글을 썼을까.
1. K는 성에 도달하고자 하는가?
첫번째로, 나는 K가 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그는 스스로 성에 도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유는 없다. 그리고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단지, 성에 도달하고자 이곳에 왔고, 성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성에서 왔노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성에 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성으로 출발해보기도 전에 지쳐 돌아왔으며, “성에 도달하기 위해선 클람을 만나야 한다.”라는 의문투성이의 명분을 내세운 뒤, 어떠한 능동적인 해결도 하지 못한 채 클람의 회신, 사실은 바르나바스의 회신만을 기다린다.
2. K는 토지 측량사인가?
그는 토지 측량사인가? 그를 토지 측량사로 인식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가 스스로를 토지 측량사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장비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떠한 토지 측량사로서의 전문지식이나 면모를 보여준 적이 없다.
특히, 면장이 그에게 학교 관리인이라는, 토지 측량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자리를 제안했을 때 조차, 그는 그의 자존심이나 프리다의 부탁을 고려했음에도 토지 측량사로서의 고민은 일절 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제로 그가 토지 측량사로서의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