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자살에 관해 논하는 것이 터부시된다는 사실은 가장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자살만큼 이성에 가까운 행동은 내 관점에서 없기 때문이다.

자살의 결과만은 유일하게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스스로를 유한하다고 인식하는 존재가 겪는 죽음의 공포는 근원적이고, 보편적이며, 가장 절박한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살이 감정적인 행동이라고 규명한다면, 이 생존의 본능마저 앗아가는, 절대적이고 저 깊은 곳에 숨겨진 감정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나로서는 이 감정이 실존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여겨지므로, 자살은 놀라울 정도로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다.

자살은 어떤 면에서 상위의 자아실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살이 ‘굳이 살 만한 가치가 없음을 고백하는 행위’라는 카뮈의 정의를 정정하자면, 나는 자살을 ‘스스로의 생명을 대가로 무언가를 고백하는 행위’로 명명하고자 한다.

중요한 문제는 자살이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가지냐는 것보다, 자살의 대안으로서 어떤 선택지가 존재하냐는 것으로 보인다. 합리주의자로서 어떤 선택의 가치는 결과의 절대적 가치보다, 선택지 간의 기회비용으로 결정되므로, 자살의 의미 또한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살보다 더 깊이 자신의 신념을 실현할 방식이 존재한다면, 자살을 행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떤 인간이 완전히 소진되어, 더 이상 자신의 신념을 증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자살은 신념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마지막 실현이자 고백으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