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0일
역사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은 곧 힘의 차이를 만들었다.
내가 자란 21세기 초반에는 정보 혁명으로 대두되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사람의 인지 능력보다 정보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잘 검색하고 선별하는 사람이 정보의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능력이 차이를 만들어냈다:
뒤이어 다양한 비정형 정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팟캐스트와 같은 미디어가 등장하며 사람들은 점점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비정형 데이터는 검색이 어렵다.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기보다, 좋은 알고리즘을 찾아간다. 좋은 알고리즘은 기업들에게도 돈이 된다. 기업들은 최대한 사람들을 묶어두기 위해 더 나은 알고리즘을 연구한다.
따라서 정보를 얻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일어나는데 첫째로 텍스트에서 이미지, 동영상 등의 비정형 데이터로의 변화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영역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보다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 뉴스를 소비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이제는 책보다 유튜브를 선호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둘째로는 정보의 흐름의 변화이다. 기존에는 내게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정보를 검색한 뒤 선별하고, 정보를 소비하고 적용하는 형태의 흐름이었다면, 미래에는 정보를 끊임없이 수용하고 그들을 선별하고 가공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곧, 정보가 사용자를 찾아가는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은 중요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전통의 검색 시스템 (e.g. 구글)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ChatGPT나 Perplexity 등의 AI 플랫폼은 좋은 질문을 생성하고 여러 소스를 더 빠르게 탐색해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비정형 데이터의 증가로 인해 기존의 검색 능력은 유용성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대신,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먼저,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AI가 양질의 요약본을 생성해낸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좋은 정보를 생산해내는 소스를 확보하는 것이 정보의 선별이나 다름없다.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는 여전히 중요한데, 특히 비정형 데이터로 이동하면서 복합적 추론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정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인지 능력을 활용해야만 내게 필요한 정보로 가공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를 생산하는 능력이다. 티아고 포르테는 '세컨드 브레인'에서 정보의 수용 과정을 네가지로 구분했다: 수집 - 정리 - 추출 - 표현.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너무 많아져, 정보를 단순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를 내게 필요한 형태로 재가공해서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가지 예측하고자 하는 점은 여전히 독해력은 중요한 능력으로 남을 것이라는 명제이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정보를 얻는 주된 소스는 텍스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인데, 검색이 용이하고 가장 직관적인 소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가장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지식은 논문이나 책과 같은 텍스트로 공유되고 학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독해력은 여전히 중요한 능력이자 나아가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낼 능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독해력은 끊임없이 학습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현대인들이 텍스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접하고 훈련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박해볼 수도 있다. "AI가 인간보다 월등히 독해력이 뛰어난 지금의 상황에서 독해력이 여전히 인간의 고유 영역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가 실제로 일어날 현실이라면 여전히 인간은 정보의 생산의 주체일 것인가? 정보의 비대칭은 의미를 잃어버릴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예측은 섣부르다는 판단 하에 열린 질문으로 남겨두도록 하겠다.